싸게 사려다 더 쓴 것들 — 자취 살림에서 돈이 새던 자리

밀폐용기 12개 세트를 2만 3천 원에 샀다. 개당 2천 원이 안 되니까 싸다고 생각했다. 반년 뒤에 세어보니 실제로 손이 가는 건 3개였다.

나머지 9개는 싱크대 아래 칸에서 서로 포개진 채로 있었다. 절약하려고 산 물건인데 자리만 먹고 있었다는 게 좀 이상했다.

세트는 개수를 알려주지, 내 양을 알려주진 않는다

문제는 크기가 죄다 비슷하다는 거였다. 반찬 한 줌 담으려고 열면 통이 늘 너무 컸다. 남는 공간만큼 냉장고 자리를 먹었고, 그래서 안 꺼내게 됐다.

나중에 필요해서 낱개로 산 300ml짜리가 매일 나갔다. 그게 내가 제일 자주 담는 양이었다. 근데 그건 몇 달 써보기 전에는 몰랐다. 세트는 개수가 싸 보이게 만들어져 있지, 내가 뭘 얼마나 담는 사람인지는 안 알려준다.

배달비 3천 원 아끼려다 6천 원을 더 썼다

비슷한 걸 배달에서도 했다. 최소주문금액이 만 사천 원으로 올라서, 만 천 원짜리 하나 시키려면 뭐든 붙여야 했다. 배달비 3천 원이 아까워서 사이드를 붙였다.

그렇게 붙인 게 결국 안 먹는 거였다. 3천 원을 아끼려고 6천 원어치를 더 시킨 셈이다. 요즘은 그냥 배달비 내고 먹을 것만 시키는데, 이게 나은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총액은 비슷하게 나온다.

버린 값까지 넣고 다시 계산했다

양파도 그랬다. 2kg 한 망에 4천 원. 낱개로 사면 개당 8백 원쯤이라 늘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망으로 샀는데 여섯 개를 버렸다. 버린 값까지 넣고 계산해보니 둘이 거의 비슷했다. 지금은 냉장고에 자리가 남을 때만 망으로 산다. 대파는 아직도 못 고치는 중이다.

지금까지 산 것들을 한 줄로 적어봤다.

산 것 가격 지금
밀폐용기 12개 세트 2만 3천 원 3개만 사용
접이식 채반 3만 원 반년 만에 버림
스테인리스 채반 4천 원 2년째 멀쩡
양파 2kg 한 망 4천 원 6개 버림
절전 멀티탭 1만 9천 원 월 700원 절감
물빠짐 받침 3천 원 매일 사용

접이식 채반은 접히면 자리를 덜 먹는다고 3만 원을 줬다. 접히는 부분 실리콘 틈에 물때가 끼는데 칫솔로 긁어도 안 빠졌다. 반년 만에 버렸다. 어차피 싱크대 위에 늘 나와 있었으니 접힐 일도 없었다.

제일 잘 산 건 3천 원짜리였다

표에서 제일 아래 칸이 제일 잘 산 거다. 싱크대 옆에 두는 물빠짐 받침. 설거지 끝낸 그릇을 올려두면 물이 고이지 않아서 행주 빠는 횟수가 확 줄었다.

공통점을 찾아보면, 잘 쓴 것들은 내가 원래 하던 동작에 그냥 붙었다. 그릇을 어차피 그 자리에 놓고 있었고, 채반은 어차피 꺼내놓고 있었다. 반대로 서랍으로 들어간 건 전부 새로운 동작을 요구했다. 멀티탭 스위치를 자기 전에 끄는 것도 결국 안 하게 됐다.

남은 기준

영수증을 안 버리고 3개월 모아봤다. 쓰는 걸 줄이려고 애쓸 때는 잘 안 줄었는데, 뭘 쓰는지 적기 시작하니까 그때부터 줄었다. 이번 달 제일 큰 건 배달비였다.

그래서 지금 뭘 사기 전에 보는 건 두 가지다. 하나, 내가 제일 자주 쓰는 크기·양을 알고 있는가. 모르면 낱개로 하나만 사서 몇 달 써본다. 둘, 이게 내가 원래 하던 행동에 그냥 붙는가. 새로 습관을 만들어야 하면 대개 서랍으로 갔다.

이 기준이 맞는지는 더 봐야 한다. 세트로 사서 잘 쓰는 사람도 있을 거고, 접이식이 진짜 필요한 집도 있을 거다. 다만 내 경우엔 싸 보이는 쪽으로 갈 때마다 총액이 늘었다.

싸게 사려다 더 쓴 것들 — 자취 살림에서 돈이 새던 자리 · 살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