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전해야 하는 물건은 안 쓰게 됐다 — 3만 9천 원 무선청소기와 1500원 돌돌이
3만 9천 원짜리 무선 청소기를 놔두고 이번 주는 1500원짜리 돌돌이만 썼다. 청소기는 잡으면 2분 만에 꺼진다. 충전을 매번 까먹어서다. 안 쓰게 된 물건들을 세어보니 비싼 쪽이 아니라 쓰기 전에 동작이 하나 더 붙는 쪽이 공통이었다.
3만 9천 원이 1500원한테 진 지점
방이 5평이다. 돌돌이로 세 번 밀면 바닥 청소가 끝난다. 무선 청소기는 그 세 번보다 짧게 끝날 텐데, 충전기가 꽂힌 콘센트까지 가는 길이 더 멀게 느껴졌다.
성능 차이에서 진 게 아니다. 청소기는 쓰기 전에 "어제 꽂아뒀나"를 떠올리는 단계가 하나 있고, 돌돌이는 없다. 그 한 단계가 매일 반복되니까 손이 안 갔다. 5평 방에서는 청소 자체가 3분 안에 끝나는 일이라, 준비 동작이 본 작업보다 커져 버렸다.
9천 원 뒤집개가 녹은 온도
9천 원짜리 실리콘 뒤집개 끝이 녹아서 팬에 눌어붙었다. 포장에 내열 220도라고 적혀 있길래 믿고 썼다. 녹고 나서 알아본 건, 빈 팬을 예열하면 220도를 쉽게 넘어간다는 점이었다. 재료를 올리기 전 팬 바닥이 가장 뜨겁고, 나는 그 타이밍에 뒤집개를 걸쳐두고 있었다.
지금은 눌어붙는 요리에만 실리콘을 쓰고, 센 불 볶음은 나무 뒤집개로 나눠 쓴다. 대신 나무는 눕혀 두면 물이 안 빠져서 세워서 말려야 한다. 동작이 하나 늘었고, 그래서 나무 뒤집개도 설거지통에 며칠씩 잠겨 있는 날이 있다.
8개월 만에 계란이 붙은 팬, 원인은 설거지 타이밍이었다
2만 9천 원짜리 코팅팬이 8개월 만에 계란이 붙기 시작했다. 중불 이하로만 썼고 쇠뒤집개는 근처에도 안 갔다. 찾아보니 뜨거운 팬에 바로 찬물을 붓는 게 코팅을 가장 빨리 망가뜨린다고 한다. 설거지 미루는 걸 못 참는 성격이라 요리 끝나자마자 싱크대에 넣고 물을 틀었다. 매번 그랬다.
코팅팬을 오래 쓰려면 "팬이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동작이 하나 붙는다. 나는 그 동작을 8개월 내내 건너뛴 셈이다.
같은 방식으로 잃은 게 하나 더 있다. 아까워서 아껴둔 한우 선물세트가 냉동실에서 8개월 만에 나왔다. 성에가 하얗게 껴서 부위도 못 알아봤다. 꺼내려면 해동에 더해 "오늘이 그 특별한 날인가"를 정하는 단계가 필요했고, 그 단계를 8개월 동안 통과하지 못했다. 아낀 게 아니라 묵힌 거였다.
동작 수로 다시 세워본 표
| 물건 | 값 | 쓰기 전에 붙는 동작 | 실제로 일어난 일 |
|---|---|---|---|
| 무선 청소기 | 39,000원 | 전날 충전기에 꽂아두기 | 이번 주 사용 0회, 잡으면 2분 만에 꺼짐 |
| 돌돌이 | 1,500원 | 커버 한 장 뜯기 | 5평 방 세 번 밀어 청소 끝, 이번 주 전담 |
| 실리콘 뒤집개 | 9,000원 | 팬 온도 확인 (표기 내열 220도) | 빈 팬 예열 중 끝이 녹음, 지금은 눌어붙는 요리 전용 |
| 코팅팬 | 29,000원 | 팬 식힌 뒤 설거지 | 8개월 만에 계란이 붙기 시작 |
값이 큰 순서와 실제로 손이 가는 순서가 정확히 반대였다.
다음에 살 때 확인할 것
- 무선 기기: 거치대가 충전 겸용인지 상세페이지 사진에서 확인한다. 세워두는 자리와 충전되는 자리가 같으면 준비 동작이 하나 사라진다. 거치대와 충전 어댑터가 따로 찍혀 있으면 내 경우처럼 방치될 확률이 높다.
- 실리콘 조리도구: 내열 온도가 "최대"인지 "연속 사용"인지 구분해 적혀 있는지 본다. 숫자 하나만 크게 적혀 있으면 순간 최대치일 가능성이 있다. 두 값이 나뉘어 있는 제품이 예열된 팬 근처에 두기 안전하다.
- 코팅팬: 상세페이지 주의사항에 "뜨거운 상태에서 찬물 금지"가 적혀 있는지 확인한다. 적혀 있다면 그 팬은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작이 필수라는 뜻이다. 그 기다림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코팅팬 수명을 8개월로 잡고 값을 계산하는 편이 맞다.
무선 청소기는 5평 원룸에서는 다시 안 산다. 돌돌이 1500원이 이겼다. 다만 방이 더 넓거나 반려동물 털이 있는 집에서도 같은 결론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코팅팬은 다시 산다. 대신 이번엔 8개월마다 바꾸는 소모품으로 치고 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