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팬 하나로 다 하려다, 코팅팬을 도로 꺼냈다

버리려고 빼놨던 코팅팬을 도로 꺼냈다. 계란 전용으로.

평생 간다는 팬을 샀는데 계란은 그대로였다

스테인리스 팬은 평생 간다길래 바꿨다. 코팅 벗겨질 걱정 없고 한 번 사면 끝이라는 말이 좋았다. 그런데 계란이 여전히 눌어붙었다. 물방울 테스트를 하고 3분 예열해도 반은 붙었다. 기름을 더 둘러봐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 반복하다가 결론이 좀 이상한 데로 갔다. 팬을 잘못 산 게 아니라, 팬 하나로 전부 해결하려던 게 문제였던 것 같다. 볶음이랑 고기 굽는 건 스텐이 확실히 나았다. 계란만 안 됐다. 그래서 버리려던 코팅팬을 계란 전용으로 남겨뒀다. 이게 맞는 정리인지는 아직 확신이 없다. 스텐팬에서 계란 안 붙이는 사람들은 예열을 대체 몇 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접히는 물건은 접히는 자리에서 망가졌다

3만 원 주고 산 접이식 채반을 반년 만에 버렸다. 접히는 부분 실리콘 틈에 물때가 꼈는데, 칫솔로 긁어도 안 빠졌다. 지금 쓰는 건 4천 원짜리 스테인리스 채반이고 2년째 멀쩡하다.

접히면 자리를 덜 먹는다고 산 물건이었는데, 어차피 싱크대 위에 늘 나와 있었다. 접은 적이 거의 없다. 접는 기능에 3만 원을 낸 게 아니라 물때 끼는 틈에 낸 셈이 됐다.

표로 놓고 보니 비싼 쪽이 진 건 아니었다

물건 사면서 기대한 것 실제로 남은 것
스테인리스 팬 팬 하나로 전부 볶음·구이는 합격, 계란은 코팅팬 유지
접이식 채반 3만 원 접어서 자리 절약 반년 만에 물때로 폐기
스테인리스 채반 4천 원 딱히 기대 없었음 2년째 사용 중
물빠짐 받침 3천 원 물이나 좀 덜 고이라고 행주 빠는 횟수가 줄었다

진 쪽은 비싼 물건이 아니라 기능이 여러 개 붙은 물건이었다. 하나로 합치거나, 접히거나, 분리되는 것들. 그 접합부에서 먼저 망가졌다.

도구를 늘리는 것보다 위치를 바꾸는 게 빨랐다

주방 서랍을 정리하다가 안 쓰는 실리콘 주방도구 4개랑 뚜껑 없어진 밀폐용기 3개를 버렸다. 버리면서 알게 된 건, 도구를 늘렸을 때는 설거지가 하나도 안 편해졌다는 거다. 자주 쓰는 걸 손 닿는 칸으로 옮기고 나서야 빨라졌다.

제일 잘 산 것도 그런 쪽이었다. 싱크대 옆에 두는 3천 원짜리 물빠짐 받침. 설거지 끝낸 그릇을 올려두면 물이 고이지 않아서 행주 빨래가 확 줄었다. 새로 배울 게 없는 물건이었다. 원래 하던 동작에 그냥 붙었다.

남은 이야기

요즘은 주방 물건을 살 때 두 가지만 본다. 접합부가 있는가. 내가 원래 하던 동작에 그냥 붙는가. 접합부가 있으면 거기서 먼저 상했고, 동작이 하나 늘어나면 결국 안 하게 됐다.

그렇다고 이 기준이 다 맞는지는 모르겠다. 팬은 여전히 두 개고, 하나로 줄이는 걸 포기한 건 아니라 미뤄둔 거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스텐팬 하나로 다 하려다, 코팅팬을 도로 꺼냈다 · 살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