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로 산 건 서랍에 있고, 낱개로 산 건 매일 나갔다

밀폐용기 12개 세트를 2만 3천 원에 샀고, 지금 실제로 쓰는 건 3개다. 나머지는 싱크대 아래 칸에 포개진 채로 그대로 있다. 크기가 죄다 비슷했던 게 문제였다. 반찬 한 줌 담으려고 열면 통이 늘 너무 컸고, 냉장고 자리만 먹었다. 나중에 낱개로 산 300ml짜리 하나가 매일 나갔다.

세트는 개수가 싸 보인다. 개당 얼마인지는 계산이 되는데, 내가 제일 자주 담는 양이 얼만지는 안 알려준다.

하나로 다 되는 물건부터 밀려났다

스테인리스 팬은 평생 간다길래 바꿨다. 그런데 계란은 여전히 눌어붙었다. 물방울 테스트 하고 3분 예열해도 반은 붙었다. 결국 버리려던 코팅팬을 계란 전용으로 남겨뒀다. 팬 하나로 다 해결하려던 게 문제였던 것 같은데, 이게 맞는지는 아직 확신이 없다.

접이식 채반은 더 빨랐다. 3만 원 주고 사서 반년 만에 버렸다. 접히는 부분 실리콘 틈에 물때가 끼는데 칫솔로 긁어도 안 빠지더라. 지금은 4천 원짜리 스테인리스 채반을 쓰고 2년째 멀쩡하다. 접히면 자리를 덜 먹는다고 샀는데, 어차피 싱크대 위에 늘 나와 있었다.

대용량도 결이 같았다

양파 한 망 2kg에 4천 원. 싸다고 집어왔는데 결국 여섯 개를 버렸다. 낱개로 사면 개당 8백 원쯤이라 늘 손해 보는 기분이었는데, 버린 값까지 넣고 계산해보니 둘이 거의 비슷했다. 요즘은 냉장고에 자리가 남을 때만 망으로 산다. 대파는 아직도 못 고치는 중이다.

배달도 같았다. 배달비 3천 원 아끼려다 6천 원어치를 더 시켰다. 최소주문금액이 만 사천 원으로 올라서, 만 천 원짜리 하나 시키려면 뭐든 붙여야 했다. 붙인 건 결국 안 먹는 사이드였다. 지금은 그냥 배달비 내고 먹을 것만 시킨다. 이게 나은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남은 것과 나간 것

산 것 가격 지금
밀폐용기 12개 세트 23,000원 3개만 사용
낱개 300ml 밀폐용기 개당 구매 매일 사용
접이식 채반 30,000원 반년 만에 버림
스테인리스 채반 4,000원 2년째 사용
절전 멀티탭 19,000원 월 700원 절감
물빠짐 받침 3,000원 자취 3년 중 제일 잘 씀

제일 아래 칸이 좀 웃긴다. 3천 원짜리 물빠짐 받침을 싱크대 옆에 두고 설거지한 그릇을 올려두니 물이 안 고였고, 행주 빠는 횟수가 확 줄었다. 큰돈 쓴 쪽보다 여기서 만족이 왔다.

다음에 살 때 볼 것

주방 서랍을 정리하면서 안 쓰는 실리콘 도구 4개, 뚜껑 없어진 통 3개를 버렸다. 도구를 늘렸을 때는 안 편해졌는데, 자주 쓰는 걸 손 닿는 칸으로 옮기니 그때부터 설거지가 빨라졌다.

그래서 요즘 물건 사기 전에 보는 건 세 가지다. 내가 제일 자주 쓰는 크기가 얼만지 알고 사는가. 접히거나 분리되는 부분이 있는가. 이게 내가 원래 하던 행동에 그냥 붙는가. 멀티탭은 마지막에서 걸렸다. 스위치를 껐다 켜는 게 귀찮아서 그냥 켜두고 잔 날이 더 많았다.

영수증을 3개월 모아본 것도 비슷했다. 쓰는 걸 줄이려고 애쓸 때는 안 줄었는데, 뭘 쓰는지 적기 시작하니 그때부터 줄었다. 이번 달에 제일 큰 건 배달비였다.

스텐팬은 아직 답을 못 찾았다. 예열을 더 길게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계란은 그냥 코팅팬 몫으로 두는 게 맞는 건지 더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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