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만 원짜리 채반은 반년, 4천 원짜리는 2년 — 자취 살림 값과 수명 기록
캡슐 한 개 690원, 편의점 아메리카노 1500원. 잔당 810원 차이라 계산은 맞았다. 그런데 두 달 뒤에 나는 다시 편의점 커피를 들고 나왔고, 3만 원 주고 산 접이식 채반은 반년 만에 버렸다. 자취 3년 차 1인 가구 주방에서 남은 기준은 하나였다. 뒷정리 동작이 붙는 물건과 이음새가 있는 물건은 값과 상관없이 밀려났다.
캡슐머신은 맛이 아니라 뒷정리 동작 때문에 밀렸다
기계가 고장 난 것도, 커피가 맛없던 것도 아니었다. 한 잔 뽑는 데 들어가는 동작은 네 개였다. 물 채우기, 캡슐 넣기, 다 뽑고 캡슐 빼서 버리기, 트레이 비우기. 이 중 뒤의 두 개는 커피를 다 내린 다음에 해야 하는 일이다. 마시고 바로 나가야 하는 아침에 그 두 개가 안 됐다. 두 달 만에 다시 편의점으로 갔고, 지금은 주말에만 쓴다. 810원 차이는 지금도 맞다. 주중 아침에 그 차이를 회수할 동작이 나한테 없었을 뿐이다.
절전 멀티탭도 계산은 맞았다
1만 9천 원짜리 절전 멀티탭을 넉 달 썼다. 고지서를 비교해보니 월 700원이 줄었다. 그것도 스위치를 매일 껐을 때 얘기다. 1만 9천 원을 700원으로 나누면 본전까지 약 27개월. 귀찮아서 그냥 켜두고 잔 날이 더 많았으니 실제로는 더 걸린다. 원인은 캡슐머신과 같았다. 절약분이 매일 반복해야 하는 추가 동작 하나에 통째로 걸려 있었다.
접히고 분리되는 건 이음새에서 먼저 갔다
접이식 채반은 접히는 부분 실리콘 틈에 물때가 꼈다. 칫솔로 긁어도 안 빠졌다. 자리를 덜 먹는다고 산 건데 어차피 싱크대 위에 늘 나와 있었으니 접을 일 자체가 없었다. 지금 쓰는 건 4천 원짜리 스테인리스 채반이고, 접히는 데가 없어서 2년째 그대로다.
2만 원짜리 압축팩 6장은 한 달 만에 4장이 다시 부풀었다. 밸브가 샌 줄 알고 한참 노려봤는데 지퍼 홈에 낀 먼지가 문제였다. 부푼 4장은 지퍼가 한 줄, 눌린 채로 남은 2장은 두 줄이었다. 여름 한 철만 지났고, 옷을 다시 꺼내 넣는 겨울까지 두 줄짜리가 버티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값과 남은 결과를 같이 적어봤다
| 물건 | 산 값 | 쓴 결과 | 갈린 지점 |
|---|---|---|---|
| 접이식 채반 | 3만 원 | 반년 만에 버림 | 접히는 실리콘 틈 물때, 칫솔로도 안 빠짐 |
| 스테인리스 채반 | 4천 원 | 2년째 매일 사용 | 접히는 부분이 없음 |
| 압축팩 6장 | 2만 원 | 한 줄 지퍼 4장 한 달 만에 부풂, 두 줄 2장 생존 | 지퍼 홈에 낀 먼지 |
| 절전 멀티탭 | 1만 9천 원 | 넉 달 사용, 월 700원 절감(매일 껐을 때) | 매일 끄는 동작이 추가됨 |
| 물빠짐 받침 | 3천 원 | 매일 사용 | 하던 동작에 그대로 얹힘 |
비싼 쪽이 전부 위쪽 두 칸, 즉 버렸거나 회수가 안 된 칸에 있었다. 제일 잘 산 건 3천 원짜리 물빠짐 받침이었다. 설거지한 그릇을 올려두면 물이 고이지 않아서 행주 빠는 횟수가 줄었다. 서랍을 정리할 때도 같은 게 보였다. 안 쓰는 실리콘 도구 4개, 뚜껑 없어진 밀폐용기 3개를 버렸다. 도구를 늘릴 때는 안 편해졌고, 자주 쓰는 걸 손 닿는 칸으로 옮기고 나서야 설거지가 빨라졌다.
다음에 살 때 상세페이지에서 확인할 것
첫째, 압축팩은 지퍼가 한 줄인지 두 줄인지. 확대 사진이나 스펙표에 이중 지퍼 표기가 있는지 본다. 한 줄짜리는 한 달 만에 4장 중 4장이 다 부풀었다.
둘째, 접히거나 분리되는 실리콘·고무 이음새가 몇 군데인지. 상세페이지 사진에서 세면 나온다. 세 군데 넘어가면 안 산다.
셋째, 다 쓴 뒤 비워야 하는 부품이 몇 개로 적혀 있는지. 구성품 목록에 물통·트레이·찌꺼기통 식으로 나온다. 비우는 부품이 두 개를 넘으면 아침에 쓰는 물건으로는 못 쓴다.
접이식 채반은 다시 안 산다. 절전 멀티탭도 27개월을 매일 껄 자신이 없어서 안 산다. 캡슐머신은 주말에 쓰는 물건으로는 남겼고, 매일 아침 커피를 대체하는 물건으로는 실패했다. 값을 먼저 보던 자리에 지금은 이음새 개수와 비워야 하는 부품 개수가 들어가 있다.